<최근 국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민화협 성명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바로 서야 한반도 통일도 가능하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이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은 아직도 불안해한다. 이에 민화협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로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 대한민국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였다. 계엄사령부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는 포고령 발표와 함께 계엄군을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냈다. 계엄군은 민주주의의 상징인 선거를 관장하는 기관과 그 선거로 선출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다행스럽게도 국회는 비상계엄 선포 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신속하게 상정했고 표결에 참여한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함으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폭거였다. 이번 계엄 선포는 국민의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실상은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국가 운영을 독점하려는 의도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민화협은 이번 사태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오늘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과연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정부 수립 이후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 피로써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이를 발전시켜 왔다. 때로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좌절의 경험을 겪기도 했지만, 국민은 폭압에 맞서면서도 폭력을 지양하고 준법정신을 기반으로 대화와 절차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이번 계엄 선포는 그러한 역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무모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이념 갈등 속으로 다시 몰아넣었다. 그는“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지만, 그가 말하는 반국가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는 과거 군부 독재 정권이 분단 상황과 이념을 악용하여 반대 세력을 탄압해 온 슬픈 역사가 있다. 그 희생자와 가족들은 죽어서라도 누명을 벗고자 지금도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비상계엄을 통해 우리 국민을 그 억울하고 엄혹했던 혼돈의 역사 속으로 다시 되돌리려고 했다. 취임 후부터 계속된 그의 ‘종북 반국가세력’ 발언은, 그가 그만의 가상세계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 한 국가 지도자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을 때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경각심마저 일깨워 준다.

우리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보다 앞선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조문에서 알 수 있듯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먼저 바로 서야만 한다. 그러한 헌법정신이 튼튼하게 뿌리박지 못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민화협은 그 설립 목적인 민족화해와 남북통일을 위해 국민과 함께 이번 사태를 극복해 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민화협은 국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켜나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민족화합과 남북통일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2024년 12월 7일

사단법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